새로운 질문의 등장
지난 수년간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에는 소셜미디어가 있었다. 즉시성이 있었고, 화제가 되었으며, 성과는 숫자로 명확하게 보였다. 좋아요, 공유, 팔로워 수… 모두 직관적인 지표였다. 소셜미디어는 기업이 가장 빠르게 대중과 연결될 수 있는 채널이었다.
그러나 지금, 기업 커뮤니케이션 팀의 질문은 조금 달라지고 있다.
“AI 시대에 기업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가?”
검색과 정보 탐색의 방식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사람들은 포털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기보다, AI 엔진에 질문을 던지고 정리된 답변을 받는다. 그리고 AI는 그 답변을 만들기 위해, 이미 존재하는 콘텐츠를 인용하고 재구성한다. 이 변화는 기업 커뮤니케이션에 하나의 기준을 제시한다.
AI가 우리 산업을 설명할 때, 우리 회사의 콘텐츠가 ‘근거로 인용’되고 있는가?
AI 엔진이 답변을 생성할 때 참고하는 것은 광고나 일회성 메시지가 아니다. 지난 10년간 공들여 쌓은 소셜미디어 콘텐츠 역시 대부분 AI에게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AI는 어디에서 정보를 가져오는가?
답은 공개된 웹사이트, 즉 기업이 직접 소유하고 관리해온 웹 자산이다.
실제 AI 검색 환경을 살펴보면, 에너지 기업의 친환경 전략을 묻는 질문에 GS칼텍스 미디어허브의 심층 콘텐츠가 출처로 인용되거나, 반도체 기술과 AI 인프라의 관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SK하이닉스 뉴스룸에 축적된 글이 참고되는 사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수년간 뉴스룸에 자사의 전문성과 관점을 꾸준히 축적해왔다. 그 축적된 콘텐츠가 지금, AI 시대의 핵심 자산으로 작동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소셜미디어가 전성기였던 그 10년 동안 묵묵히 뉴스룸을 운영해온 기업들이 지금 주목받고 있다.
이제 기업 커뮤니케이션 팀이 던져야 할 질문은 더 이상 “우리 소셜미디어 팔로워가 몇 명인가?”가 아니다.
“AI가 우리 산업을 설명할 때, 우리 회사를 인용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결국 다시 뉴스룸으로 돌아가야 한다.
1세대 뉴스룸: 정보 공개의 인프라
기업 뉴스룸의 출발점은 명확했다. 1990년대 말 기업 홈페이지가 보급되며, 보도자료를 정리하고 공식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공간으로 시작했다.
이전까지 보도자료는 기자에게만 팩스나 이메일로 전달되는 문서였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가 오며 외부에서도 열람 가능한 공식 기록물이 되었다. 투자자, 규제기관,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의 공식 발표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시기의 뉴스룸은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했다.
- 첫째, 언론과 투자자를 위한 정보 접근성. 기자들은 과거 보도자료를 검색할 수 있었고, 투자자들은 IR 자료를 바로 열람할 수 있었다.
- 둘째,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신뢰성 확보. 공식 발표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기업은 신뢰를 얻었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것은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근본적 전환이었다. 정보가 선택된 소수(기자)에게만 가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접근 가능한 공공재가 된 것이다.
2세대 뉴스룸: 브랜드 저널리즘의 확장
2000년대 후반, 온라인 미디어와 소셜 플랫폼의 등장은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방향을 한 단계 넓혔다.
기업은 더 이상 언론을 통해서만 말하지 않아도 되었다. 자신의 채널에서 직접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Every Company is a Media Company”라는 슬로건이 유행했고, 브랜드 저널리즘이라는 개념이 확산되었다.
이 흐름 속에서 뉴스룸은 보도자료뿐 아니라 사보, 블로그, 캠페인 콘텐츠를 포괄하는 브랜드 저널리즘의 허브로 확장됐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Coca-Cola다. 2012년 코카콜라는 기업 웹사이트를 온라인 매거진 형식으로 전면 재편했다. 제품 홍보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문화, 트렌드를 다루는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발행했다. 코카콜라의 마케팅 리더는 선언했다. “우리는 이제 미디어 회사처럼 생각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기업 블로그가 이 역할을 일부 대신했다. 2000년대 후반 삼성, LG, SK, 현대차 등 거의 모든 대기업이 블로그를 개설했다. 가볍고 친근한 톤으로 직원 일상, 신제품 리뷰, 사내 동호회 활동을 소개하며 “딱딱한 대기업” 이미지를 벗으려 했다.
이 시기의 뉴스룸과 블로그는 기업이 일방향 발신자에서 양방향 대화자로 전환하는 과정이었다.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브랜드 호감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였다.
3세대 뉴스룸: 다채널 환경 속 역할 분화
2010년대 중후반, 소셜미디어가 본격화되며 기업 커뮤니케이션은 다채널 환경에 들어섰다. Facebook, Instagram, YouTube 등 플랫폼별 특성에 맞춰 전담 인력을 두고 콘텐츠를 운영하는 것이 일반화됐다. 소셜미디어의 강점은 분명했다. 게시 직후 반응이 즉시 나타났고, 좋아요·댓글·공유 같은 지표는 성과를 설명하기에도 직관적이었다. 실시간 이슈 대응, 캠페인 확산, 브랜드 친근감 형성에 소셜미디어는 매우 효과적인 채널이었다.
이 흐름 속에서 뉴스룸의 운영 방식은 소셜미디어와 달랐다. 업데이트 주기는 길었지만 한 편의 깊이는 깊었고, 즉각적 반응보다는 장기적 축적에 집중했다. 바로 이 시점에서 뉴스룸의 역할은 더욱 명확해졌다.
소셜미디어는 즉시성과 확산에 최적화된 채널이다. 반면 구조적으로 휘발성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어, 시간이 지나면 콘텐츠를 다시 찾기 어렵다. 짧고 강한 메시지에는 적합하지만, 복잡한 맥락이나 깊이 있는 설명에는 한계가 있다.
뉴스룸은 정반대의 속성을 가진다. 한 번 발행된 콘텐츠는 URL로 고정되어 수년 뒤에도 검색으로 접근할 수 있고, 긴 호흡의 분석과 체계적인 지식 축적이 가능하다. 즉시성은 낮지만 지속성과 참조성에서 강점을 갖는다. 이처럼 두 채널의 역할은 자연스럽게 분화됐다.
- 소셜미디어는 관심을 만들고
- 뉴스룸은 이해를 만든다
이 단계에서 뉴스룸은 대중적 확산을 넘어 사고 리더십(Thought Leadership)을 담당하는 채널로 진화했다.
사고 리더십이란,
사고 리더십이란 특정 분야에서 기업이 가진 전문성을 지속적인 콘텐츠 축적으로 입증함으로써, “우리는 이 산업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는 능력이다. 그 결과, 고객이 먼저 찾아오고, 언론이 먼저 연락하며, 컨퍼런스에서 연사 요청을 받는다. 3세대 뉴스룸의 독자는 업계 종사자, 학계, 정책·의사결정권자로 확대 되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 축적이 본격화되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 GS칼텍스 – GS칼텍스 미디어허브 석유·에너지 산업 전반을 주제로 한 심층 콘텐츠를 통해 기업 홍보를 넘어 산업 이해를 돕는 지식 허브로 기능하고 있다.
- LG에너지솔루션 – 배터리 인사이드 배터리 기술과 에너지 전환 이슈를 일반 독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내며, 기술 전문성을 사고 리더십 콘텐츠로 축적하고 있다.
-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뉴스룸 반도체 기술, 연구개발, 산업 트렌드를 체계적으로 설명하며 글로벌 기술 기업으로서의 전문성과 관점을 지속적으로 제시한다.
- 비바퍼블리카 – 토스피드 금융·테크 이슈와 내부 문제 해결 과정을 투명하게 공유하며, 스타트업 특유의 실행력과 사고 방식을 콘텐츠로 구축해왔다.
4세대 뉴스룸 : AI가 인용할 수 있는 지식 인프라
앞서 살펴본 기업 뉴스룸 사례들의 공통점은 단순히 콘텐츠를 ‘발행했다’는 데 있지 않다. 이들은 기업이 무엇을 알고 있고, 어떻게 사고하는지를 구조적으로 축적해왔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뉴스룸은, AI 시대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인프라로 전환된다.
지금 뉴스룸이 맞이한 변화는 채널 간 경쟁의 문제가 아니다. 콘텐츠를 읽고 활용하는 주체 자체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의 새로운 독자: 사람에서 AI로
2023년 ChatGPT의 등장은 정보 탐색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사람들은 더 이상 검색어를 입력하고 10개의 링크를 비교하지 않는다. 대신 Google 검색창이나, ChatGPT·Perplexity에 질문을 던지고 정리된 답변을 즉시 받는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AI는 폐쇄된 플랫폼의 콘텐츠를 거의 학습하지 못한다.
Facebook, Instagram과 같은 소셜미디어의 콘텐츠는 접근이 제한되어 있고 구조화되어 있지 않다. 반면 공개된 웹사이트, 특히 기업이 직접 소유한 뉴스룸의 콘텐츠는 AI가 읽고, 이해하고, 인용할 수 있다. 이 차이가 AI 시대 뉴스룸의 가치를 결정한다.
AI가 참고하는 콘텐츠의 조건
AI 답변 엔진이 우선적으로 인용하는 콘텐츠에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 특정 주제에 대한 지속적인 축적 단발성 글이 아니라, 하나의 분야를 체계적으로 다룬 콘텐츠 집합
- 일관된 관점과 구조 정의, 설명, FAQ, 비교표처럼 논리적으로 정리된 정보
- 명확한 출처와 신뢰 신호 저자 정보, 참고 자료, E-E-A-T(경험·전문성·권위성·신뢰성)
이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기 가장 쉬운 채널이 뉴스룸이다. 사고 리더십을 기반으로 콘텐츠가 축적된 뉴스룸은, 자연스럽게 AI가 참고할 수 있는 지식 자산이 된다.
SEO 이후의 최적화: AEO
과거 기업 콘텐츠 전략의 목표는 명확했다. SEO(Search Engine Optimization), 즉 검색엔진 결과 상위 노출이었다. 이제는 목표가 바뀐다. AEO(Answer Engine Optimization), 즉 AI의 답변에 인용되는 것이다. AEO는 전혀 새로운 마케팅 기법이 아니다. 사고 리더십을 AI가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구조화하는 작업에 가깝다.
실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중요해진다.
- 명확한 정의 “○○란 무엇인가”에 한 문장으로 답할 수 있는 콘텐츠
- 구조화된 FAQ 자주 묻는 질문을 질문–답변 형태로 정리
- 비교표와 리스트 AI가 파싱하기 쉬운 형식
- 출처 명시 “이 데이터는 ○○ 보고서에서 인용”
- 전문성 신호 저자 소개, 실제 경험과 연차가 드러나는 정보
기술은 수단일 뿐이지만, 이 수단이 갖춰지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콘텐츠도 AI 환경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AI 시대 뉴스룸의 정의
이 지점에서 뉴스룸은 새로운 정의를 갖는다. 뉴스룸은 콘텐츠 측면에서는 사고 리더십을 축적하는 채널이고, 기술 측면에서는 AI 엔진에 최적화된 정보 인프라다. 소셜미디어는 여전히 중요하다. 실시간 확산과 참여를 담당한다. 홈페이지 역시 기업의 얼굴이다.
그러나 이들 채널이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 한 산업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역할
- 시간이 지나도 참조 가능한 지식의 축적
- AI가 신뢰할 수 있는 ‘근거’로 작동하는 콘텐츠
이 역할을 수행하는 공간이 바로 AI 시대의 뉴스룸이다.
당신 회사의 뉴스룸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만약 여전히 1세대(보도자료 게시판)에 머물러 있다면, 지금이 3-4세대로 전환을 시작할 적기다.
- 우리가 가장 잘 아는 주제 3가지를 정한다 제품이 아니라, 산업 이슈나 기술 영역.
- 그 주제로 매달 2-3개씩 콘텐츠를 쌓기 시작한다 1년이면 30개, 3년이면 100개가 된다.
- AI가 이해하기 쉽게 구조화한다 명확한 정의, FAQ, 출처 표기를 추가한다.
AI 시대의 기업 커뮤니케이션은 새로운 채널의 문제가 아니다. 얼마나 깊이 사고를 축적해왔는가의 문제다.
그리고 그 축적은 오늘부터 시작할 수 있다. 기업 뉴스룸 구축 서비스 확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