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홈페이지의 가치사슬: 지원 활동에서 본원적 활동으로

Insights · 2026.02.12

AI 시대, 경영 전략의 관점에서 기업 웹사이트의 위치를 다시 읽는다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의 가치사슬(Value Chain)은 기업 활동을 본원적 활동(Primary Activities)과 지원 활동(Support Activities)으로 구분한다. 본원적 활동은 가치를 직접 만드는 핵심 과정이다 — 조달(Inbound Logistics), 생산(Operations), 유통(Outbound Logistics), 마케팅과 영업(Marketing & Sales), 서비스(Service). 기업 홈페이지는 전통적으로 이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았다. 지원 활동에 속했다. 기업 인프라의 일부, 마케팅의 부속물, 회사소개서의 웹 버전. 리뉴얼 예산은 IT 또는 홍보팀의 일반 관리비에서 나왔고, 전략 회의에서 기업 홈페이지가 의제가 되는 일은 드물었다.

그 분류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왜 유효하지 않은지는, 기업 홈페이지가 실제로 만들어내는 가치를 세 겹으로 나눠 보면 드러난다.


첫인상의 비용

기업 홈페이지의 비주얼은 브랜드 신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방문자는 사이트에 도착한 후 0.05초 안에 이 기업의 격을 직관적으로 판단한다. 타이포그래피, 컬러 시스템, 레이아웃의 리듬, 이미지의 품질 — 이 요소들이 “이 기업과 거래해도 되는가”에 대한 첫 번째 필터로 작동한다.

이 레이어의 가치는 실재한다. 문제는 프로젝트 예산의 대부분이 여기에 집중된다는 것이다. 한국의 기업 홈페이지 리뉴얼 프로젝트에서 디자인과 퍼블리싱에 할당되는 비용은 전체의 60~70%에 달하는 경우가 흔하다. 나머지 30~40%로 전략 설계, 콘텐츠 기획, 정보 아키텍처, 개발을 모두 해야 한다.

비주얼만으로는 비즈니스 가치를 만들지 못한다. 시각적으로 완벽한 사이트에서도 방문자가 한 페이지를 보고 이탈한다면, 그 투자는 “디지털 명함”을 만든 것에 그친다. 명함은 한 번 건네고 끝이다. 가치사슬의 관점에서, 디지털 명함은 여전히 지원 활동이다. 기업 홈페이지가 이 위치를 벗어나려면, 다음 레이어가 필요하다.


콘텐츠가 일하게 만드는 구조

기업 홈페이지가 “디지털 회사소개서”에서 “비즈니스 인프라”로 전환되는 지점이 있다. 콘텐츠가 구조화되어 스스로 일하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구조화란 콘텐츠를 유형별로 분류하고, 각 유형에 적합한 필드를 설계하며, 유형 간의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다. 제품 카탈로그, 사례 연구, 기술 문서, 뉴스룸 — 이 콘텐츠들이 각각의 구조를 갖고, 서로 연결되면, 방문자의 탐색 경로가 만들어진다. 하나의 제품을 보고 관련 사례로 이동하고, 사례에서 기술 문서로 넘어가며, 문의 페이지에 도달한다.

이 구조가 만드는 비즈니스 지표는 구체적이다.

체류 시간이 늘어난다. 방문자가 한 페이지를 보고 떠나는 대신, 관련 콘텐츠를 자발적으로 탐색한다. 탐색 깊이가 깊어진다. 평균 페이지뷰가 1.5에서 4~5로 늘어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전환율이 올라간다. 충분히 탐색한 방문자는 이미 많은 정보를 확인한 상태에서 문의하기 때문에, 문의의 질이 다르다. “견적 좀 알려주세요”가 아니라 “이런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데 가능한가요?”가 된다.

콘텐츠 허브로 작동하는 기업 홈페이지는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커진다. 콘텐츠가 축적되면 검색 유입이 늘고, 유입된 방문자가 구조를 따라 탐색하며, 탐색이 전환으로 이어진다. 한 번 만들고 끝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가치를 생산하는 “인프라”가 된다.

가치사슬의 관점에서, 이 전환은 기업 홈페이지가 지원 활동에서 마케팅 및 영업(Marketing & Sales) — 본원적 활동의 하나 — 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AI 시대의 새로운 유통 채널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AI 엔진이 기업 정보를 인용하는 메커니즘이 등장하면서, 기업 홈페이지의 위치가 다시 한번 이동한다.

McKinsey(2025)는 AI 검색 사용자의 44%가 AI를 1차 정보원으로 선택한다고 보고했다. 전통적 검색(31%)을 이미 넘어섰다. 사용자가 “이 분야에서 신뢰할 만한 기업은?”이라고 ChatGPT에 묻고, AI가 특정 기업의 콘텐츠를 발췌하여 답변에 포함시킨다. 기업의 서비스와 전문성이 AI 엔진을 통해 잠재 고객에게 직접 전달되는 것이다.

이것은 마케팅이 아니라 유통이다. 가치사슬에서 이것은 Outbound Logistics에 해당한다. 제품과 서비스가 고객에게 도달하는 채널이다. 다만 기업이 직접 통제하지 않는 유통 채널이라는 점이 전통적 Outbound Logistics와 다르다.

AI가 기업 콘텐츠를 인용하려면 조건이 있다. 콘텐츠가 구조화되어 있어야 한다. 구조화 데이터(Schema.org)로 콘텐츠의 유형과 맥락이 명시되어야 한다. 시맨틱 HTML로 콘텐츠의 역할이 표시되어야 한다. 역피라미드 구조로 핵심 정보가 먼저 제시되어야 한다.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AI에게 “보이지 않는” 상태가 된다.

기업 홈페이지가 AI 시대의 유통 채널로 작동하면, 가치사슬에서 기업 홈페이지의 위치는 지원 활동이 아니라 본원적 가치 활동이 된다. 회사소개서가 아니라, 제품과 서비스가 고객에게 도달하는 인프라다.


CMO의 품의서에 빠진 한 줄

기업 홈페이지 리뉴얼을 발주하는 CMO의 품의서에는 “디자인 현대화”, “모바일 최적화”, “브랜드 이미지 쇄신” 같은 항목이 있다. “AI 인용률 향상”이라는 항목은 아직 없다. 품의서의 항목들은 모두 지원 활동의 개선이다. 기업 홈페이지를 본원적 활동으로 재배치하는 품의서는 아직 드물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Gartner(2024)는 2026년까지 전통적 검색엔진 트래픽이 2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검색 트래픽의 4분의 1이 AI 엔진으로 이동한다는 뜻이다. 이 전환은 고객이 인식하기 전에 일어나고 있다.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이 설명한 패턴이 여기에 적용된다. 기존 고객의 명시적 요구에만 대응하는 기업은, 보이지 않는 변화를 먼저 파악한 기업에 구조적으로 뒤처진다. “홈페이지 리뉴얼”이라는 익숙한 프레임 안에서, 비주얼 개선에만 집중하는 동안, AI 시대의 유통 채널을 설계한 기업과의 격차가 벌어진다.

그 격차는 누적된다. AI 엔진에 인용되는 기업은 더 많이 인용되고, 인용되지 않는 기업은 계속 인용되지 않는다. 콘텐츠가 축적될수록, 구조가 정교할수록 격차는 가속된다. 나중에 따라잡기가 어려운 종류의 격차다.


마무리

기업 홈페이지를 “디지털 회사소개서”로 보는 기업이 있고, “AI 시대의 유통 채널”로 보는 기업이 있다. 전자에게 홈페이지 리뉴얼은 3~5년마다 한 번 하는 비용이다. 후자에게 홈페이지는 매일 가치를 생산하는 인프라다.

가치사슬은 기업 활동의 위치를 묻는다. 기업 홈페이지는 지원 활동인가, 본원적 활동인가. 그 답이 달라지고 있다. 그리고 그 답이 달라졌다는 것을 먼저 인식하는 기업과, 여전히 회사소개서를 리뉴얼하는 기업 사이에 구조적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박용덕 — 스튜디오파티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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