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 홈페이지 만들어주세요.”
이 한 문장 안에는 사실 여러 가지 의미가 섞여 있다. 회사를 소개하는 사이트를 만들고 싶은 것인지, 특정 제품을 홍보하는 랜딩 페이지를 만들고 싶은 것인지, 온라인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쇼핑몰을 만들고 싶은 것인지 — 요청한 사람도, 요청받은 담당자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 세 가지가 완전히 다른 종류의 웹사이트라는 점이다. 목적이 다르고, 구조가 다르고, 필요한 기능이 다르고, 당연히 제작 방식과 비용도 다르다. 하지만 모두 “홈페이지”라는 같은 이름으로 불린다.
“우리 회사에 필요한 것은 정확히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제작 업체와의 첫 미팅부터 어긋난다. 업체는 “일반적인 기업 홈페이지”를 제안하고, 우리는 막연히 “경쟁사처럼”을 요구하고, 프로젝트는 방향을 잃는다. 지난 10년간 기업 웹사이트 프로젝트를 관찰하며 발견한 것은, 성공적인 프로젝트는 모두 “우리가 만드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를 명확히 정의하는 것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홈페이지라 불리지만 실은 다른 세 가지
기업이 만드는 웹사이트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각각은 목적, 타겟, 핵심 기능이 다르며, 당연히 제작 접근 방식도 달라야 한다.
유형 1: 기업 소개 사이트 (Corporate Website)
회사 그 자체를 소개하는 사이트다. “우리는 누구인가”, “무엇을 하는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가”를 전달한다. 주 방문자는 잠재 고객, 투자자, 구직자, 언론, 파트너사 등 회사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모든 이해관계자다.
삼성전자 공식 홈페이지를 떠올리면 된다. 메인에는 회사의 비전과 최신 소식이 있고, 메뉴를 열면 회사소개, 사업영역, ESG, 투자정보, 채용 등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GS칼텍스 역시 기업 소개 사이트의 전형을 보여준다. 미디어허브를 통해 산업에 대한 깊이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기업의 신뢰도를 구축한다.
이 유형의 핵심은 신뢰와 브랜딩이다. 디자인은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정확히 반영해야 하고, 콘텐츠는 우리가 믿을 만한 회사임을 증명해야 한다. 검색 최적화도 중요하다. “○○ 회사”로 검색했을 때 우리 사이트가 첫 페이지에 나와야 하고, 우리 산업과 관련된 키워드로도 노출되어야 한다.
기업 소개 사이트는 즉각적인 매출 전환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쌓고, 신뢰를 구축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접점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뉴스룸이나 블로그 같은 콘텐츠 섹션이 중요하고,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필수다.
유형 2: 서비스·제품 소개 사이트 (Product Website)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개하고 홍보하는 데 집중하는 사이트다. 기업 전체가 아니라 하나의 제품에 초점을 맞춘다. 주 방문자는 이미 그 제품에 관심이 있거나 구매를 고려 중인 잠재 고객이다.
애플의 아이폰 페이지, 테슬라의 모델3 페이지를 떠올리면 된다. 메인 화면에서부터 제품의 핵심 가치를 강렬하게 전달하고, 스크롤을 내리면 기능, 스펙, 디자인, 사용자 후기가 이어진다. 마지막에는 “구매하기” 또는 “상담 신청” 버튼이 명확하게 배치되어 있다.
이 유형의 핵심은 전환(Conversion)이다. 방문자를 구매자로, 또는 최소한 문의자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따라서 랜딩 페이지 최적화가 중요하다. 불필요한 메뉴는 제거하고, 메시지는 단순명료하게, 시각적 임팩트는 강하게 만든다. “지금 신청하기”, “무료 체험 시작” 같은 CTA(Call to Action) 버튼의 위치와 문구도 전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제품 소개 사이트는 기업 소개 사이트보다 훨씬 공격적이다. 방문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관심을 유지하고,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 모든 요소의 설계 기준이 된다. 따라서 A/B 테스트, 사용자 행동 분석, 전환율 추적 같은 마케팅 도구와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유형 3: 커머스 사이트 (E-commerce)
온라인으로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사이트다. 상품 진열, 장바구니, 결제, 배송 추적, 고객 관리까지 모든 거래 프로세스가 웹사이트 안에서 이루어진다. 주 방문자는 구매 의도를 가진 고객이다.
무신사, 29CM, 쿠팡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카테고리별 상품 분류, 검색 필터, 상세 페이지, 리뷰 시스템, 결제 모듈, 주문 관리 시스템 등 기업 소개 사이트와는 완전히 다른 구조를 갖는다.
이 유형의 핵심은 거래의 편의성과 신뢰다. 상품을 쉽게 찾을 수 있어야 하고, 결제 과정이 간편해야 하고, 배송과 반품 정책이 명확해야 한다. 보안도 중요하다. 고객의 결제 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SSL 인증, PG사 연동, 개인정보 보호 체계가 필수다.
커머스 사이트는 제작 후 운영이 훨씬 복잡하다. 재고 관리, 주문 처리, 고객 문의 대응, 프로모션 관리 등 지속적인 운영 인력과 시스템이 필요하다. 따라서 제작 비용뿐 아니라 운영 비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많은 기업이 혼동하는 지점
실무에서 가장 자주 보는 혼동은 기업 소개 사이트를 만들면서 커머스 사이트의 기능을 요구하는 경우다. “제품도 소개하고, 바로 구매도 할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하면, 업체는 난감하다. 두 가지 목적을 하나의 사이트에 담으려면 구조가 복잡해지고, 비용도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어느 쪽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애매한 사이트가 된다.
또 다른 흔한 혼동은 제품 소개 사이트를 만들면서 기업 소개 사이트의 모든 메뉴를 넣으려는 경우다. 회사소개, 사업영역, IR정보, 채용까지 전부 넣으면, 정작 제품의 핵심 메시지는 묻힌다. 방문자는 “이 제품이 뭐하는 건지” 파악하기도 전에 복잡한 메뉴에 압도되어 이탈한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기업 소개 사이트를 만들어야 하는데, 애플이나 테슬라처럼 “제품 중심의 강렬한 비주얼”만 요구하는 경우다. 애플은 제품 회사이고, 그들의 사이트는 제품 소개에 최적화되어 있다. 하지만 B2B 제조업체나 서비스 기업이 같은 방식을 따라 하면, 방문자는 “이 회사가 정확히 뭐하는 곳이지?”라는 의문만 갖게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렇다면 우리 회사는 어떤 유형의 사이트를 만들어야 하는가? 이를 판단하는 기준은 간단하다. 우선순위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우선순위가 브랜드 신뢰와 인지도라면
기업 소개 사이트가 맞다.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는지, 왜 신뢰할 만한지를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구조가 필요하다. 특히 B2B 기업, 제조업, 금융, 건설 같은 산업에서는 기업 소개 사이트가 핵심이다. 고객이 우리와 거래하기 전에 회사의 신뢰도부터 확인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뉴스룸이나 블로그를 포함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단순히 회사 연혁과 사업 소개만 있는 정적인 사이트는 2025년 기준으로 충분하지 않다. ChatGPT 같은 AI 검색 엔진이 우리 회사를 어떻게 설명하는지는, 우리가 얼마나 깊이 있는 콘텐츠를 축적해왔는가에 달려 있다.
우선순위가 특정 제품·서비스의 판매 전환이라면
제품 소개 사이트가 맞다. 메시지는 단순하고 명확해야 하고, 디자인은 강렬해야 하고, 전환 경로는 직관적이어야 한다. 불필요한 메뉴는 과감히 제거하고, 방문자가 “이 제품이 왜 필요한지” → “어떻게 작동하는지” → “지금 어떻게 시작하는지”를 3분 안에 파악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이 경우 기업 소개는 최소화한다. 푸터에 간단히 회사명과 연락처만 넣거나, 별도의 “About” 페이지를 두되 메인 메뉴에서는 숨긴다. 중요한 것은 제품이지 회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순위가 온라인 직접 판매라면
커머스 사이트가 맞다. 이 경우 일반 홈페이지 제작 업체가 아니라 이커머스 전문 업체와 이야기해야 한다. 필요한 기술 스택이 다르고, 결제 모듈, 재고 관리 시스템, 배송 연동 같은 기능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작은 규모로 시작한다면 카페24, 아임웹, 고도몰 같은 이커머스 솔루션을 쓰는 것도 방법이다. 초기 비용을 낮추고 빠르게 시작할 수 있다. 규모가 커지면 맞춤 개발로 전환하면 된다.
하나의 사이트에 여러 목적을 담을 수 있는가
“그럼 우리는 회사 소개도 하고, 제품도 홍보하고, 판매도 해야 하는데요?”
물론 가능하다. 많은 기업이 실제로 그렇게 운영한다. 하지만 이 경우 구조가 명확해야 한다. 세 가지 목적을 하나의 사이트에 섞어놓으면 혼란스럽지만, 명확히 구분하면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예를 들어 기업 소개 사이트를 메인으로 두고, 제품별로 별도의 랜딩 페이지를 만드는 방식이 있다. 메인 사이트는 “우리는 이런 회사입니다”를 보여주고, 각 제품 페이지는 “이 제품은 이렇게 좋습니다”를 강렬하게 전달한다. 메뉴 구조에서는 “제품” 카테고리 아래 각 제품 페이지로 연결하되, 각 제품 페이지는 독립적인 랜딩 페이지처럼 설계한다.
또는 기업 사이트와 쇼핑몰을 아예 분리하는 방법도 있다. 기업 공식 홈페이지는 브랜딩과 신뢰 구축에 집중하고, 쇼핑몰은 별도 도메인이나 서브도메인(shop.company.com)으로 운영한다. 이렇게 하면 각각의 목적에 맞게 최적화할 수 있고, 운영도 명확히 구분된다.
중요한 것은 “하나에 다 담자”는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모든 것을 담으려다 정작 중요한 메시지는 전달하지 못하는 사이트가 되기 쉽다.
경쟁사는 어떤 유형인가
벤치마크할 때도 유형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 “경쟁사 홈페이지가 예쁘다”고 해서 무조건 따라 하려 하면 안 된다. 그들이 어떤 유형의 사이트를 만들었는지, 그것이 우리 목적과 맞는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경쟁사가 제품 중심 사이트를 만들었다면, 그들의 우선순위는 특정 제품의 판매 전환이다. 만약 우리의 우선순위가 기업 신뢰도 구축이라면, 그들의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맞지 않다. 반대로 우리도 제품 홍보가 목적이라면, 그들의 강렬한 비주얼과 단순한 메시지 구조를 참고할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의 경우, 기업 공식 사이트와 배달의민족 앱 소개 페이지를 명확히 구분해 운영한다. 기업 사이트에서는 회사의 철학, 문화, 채용 정보를 다루고, 배민 앱 페이지에서는 서비스의 편리함과 혜택을 강조한다. 이 구분이 명확하기에 각각의 메시지가 혼란 없이 전달된다.
정의가 명확해야 프로젝트가 성공한다
“홈페이지 만들어주세요”라는 요청은 너무 포괄적이다. 업체와의 첫 미팅에서 “우리는 기업 소개 사이트를 만들려 합니다. 주 타겟은 잠재 고객과 투자자이고, 핵심 목적은 신뢰도 구축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업체는 그에 맞는 구조, 디자인, 기능을 제안할 수 있다.
반대로 “우리는 신제품 출시에 맞춰 제품 소개 사이트를 만들려 합니다. 목표는 런칭 3개월 내 사전 신청 1만 건 확보입니다”라고 하면, 업체는 전환 중심의 랜딩 페이지를 설계한다. 같은 “홈페이지”라는 단어지만, 완전히 다른 결과물이 나온다.
정의가 명확하지 않으면 프로젝트는 중간에 계속 흔들린다. “이것도 넣어야 할 것 같다”, “저건 빼도 될 것 같다”는 논의가 반복되고, 결국 어느 쪽도 제대로 만족시키지 못하는 애매한 사이트가 만들어진다.
홈페이지 제작 프로젝트의 첫 단계는 디자인 레퍼런스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정확히 무엇을 만드는가”를 정의하는 것이다.
우리 회사는 어떤 유형이 필요한가요?
만약 지금 홈페이지 제작을 검토 중이라면, 업체에 연락하기 전에 이 질문부터 답해보길 권한다. 우리의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브랜드 신뢰인가, 제품 전환인가, 온라인 판매인가? 주 방문자는 누구이고, 그들이 우리 사이트에서 취하길 바라는 행동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할 수 있다면, 어떤 유형의 사이트가 필요한지도 명확해진다. 그리고 그 명확함이 프로젝트 전체의 방향을 결정한다.
스튜디오파티클은 기업 뉴스룸과 브랜드 웹사이트 구축에서 10년간 대기업 및 중견기업과 함께 일해왔다. 우리가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어떤 유형의 사이트가 적합한가”를 함께 정의하는 것이다. 그 정의가 명확해질 때, 비로소 목적에 맞는 사이트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에 맞는 웹사이트 유형을 함께 정리해보고 싶다면, 지금이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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