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본질

2025년 12월 22일

기술은 바뀌었지만, 설득의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기술이 바뀌면 본질도 바뀐 것처럼 보인다

AI가 등장한 이후 기업 커뮤니케이션을 둘러싼 언어는 급격히 바뀌었다. 검색 대신 대화, 클릭 대신 인용, SEO 대신 AEO 같은 개념들이 등장했다. 많은 조직이 이 변화를 ‘완전히 새로운 게임’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의 본질까지 바뀐 것처럼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만 거리를 두고 보면, 바뀐 것은 수단이지 목적은 아니다.

기업 커뮤니케이션은 여전히 같은 질문에 답해야 한다. 우리는 누구인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가, 그리고 이 선택을 신뢰해도 되는가. AI가 등장했다고 해서 이 질문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또렷해졌다.

전달 방식은 바뀌었지만, 설득의 구조는 같다

과거의 기업 커뮤니케이션은 주로 전달의 문제였다. 메시지를 얼마나 넓게, 얼마나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지가 중요했다. 언론 보도, 광고, 캠페인이 중심이었고, 노출과 도달이 성과의 기준이었다. 이 시기에도 설득은 존재했지만, 전달력이 그것을 대신했다.

검색과 소셜미디어의 시대에는 반응이 중요해졌다. 클릭과 공유, 좋아요가 설득의 대리 지표처럼 사용되었다. 하지만 이 역시 본질은 같았다. 메시지를 본 사람이 이해했는지, 공감했는지, 신뢰했는지를 다른 방식으로 측정했을 뿐이다.

AI 시대에 들어서면서 전달과 반응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다. 대신 ‘설명’이 전면에 등장했다. AI는 반응하지 않는다. 클릭하지도 않는다. 대신 이해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해할 수 있을 때만 인용한다. 이 변화는 설득의 구조를 바꾼 것이 아니라, 설득의 핵심을 다시 드러낸 것이다.

AI가 요구하는 것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명확한 설명이다

AI 시대의 커뮤니케이션이 기술 중심으로 오해되는 이유는 Schema, 메타데이터, 구조화 같은 요소들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요소들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들은 설명을 돕는 수단이지, 설명 자체는 아니다.

AI가 신뢰하는 콘텐츠의 공통점은 기술적 세팅보다 훨씬 단순하다.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히 정의하고, 왜 중요한지 설명하며, 어떤 맥락에서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일관되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AI 이전에도 좋은 커뮤니케이션의 조건이었다. 다만 과거에는 사람이 그 역할을 대신 해주었고, 지금은 AI가 그 역할을 맡고 있을 뿐이다.

신뢰는 여전히 반복에서 만들어진다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본질 중 하나는 신뢰다. 그리고 신뢰는 단발 메시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같은 말을 여러 번, 같은 방향으로, 같은 기준에서 반복할 때 신뢰가 생긴다. 과거에는 기자와의 관계, 브랜드 이미지, 오랜 광고 노출이 그 역할을 했다. 지금은 뉴스룸에 쌓인 설명의 누적이 그 역할을 한다.

AI는 이 반복을 매우 정직하게 읽는다. 한 번 멋있게 말한 기업보다, 몇 년에 걸쳐 같은 개념을 같은 언어로 설명해온 기업을 더 신뢰한다. 이 역시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사람도 같은 방식으로 신뢰를 형성해왔다.

바뀌지 않은 질문들

AI 시대에도 기업 커뮤니케이션이 답해야 할 질문은 바뀌지 않았다. 다만 더 이상 흐릿하게 넘어갈 수 없게 되었을 뿐이다. AI는 모호한 표현을 이해하지 못하고, 정의 없는 선언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래서 기업은 더 정확하게 말해야 하고, 더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이는 커뮤니케이션을 어렵게 만드는 변화가 아니다. 오히려 그동안 관성적으로 사용해왔던 모호한 언어와 관념적 표현을 정리할 기회에 가깝다. AI는 기업에게 새로운 역할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해야 했던 일을 제대로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뉴스룸은 ‘기술 대응’이 아니라 ‘본질 회복’에 가깝다

AI 대응을 위해 뉴스룸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면, 마치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뉴스룸이 하는 일은 오래된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을 회복하는 일에 가깝다. 기업이 무엇을 생각하고, 왜 그런 결정을 했으며, 그 사고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기록하는 일이다.

이 기록이 쌓이면 사람도 이해하고, AI도 이해한다. 뉴스룸은 AI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설명을 남기기 위한 공간이다. AI는 그 결과물을 읽는 새로운 독자일 뿐이다.

변한 것은 환경이고, 남은 것은 책임이다

AI 시대의 기업 커뮤니케이션은 더 이상 순간을 관리하는 일이 아니다. 검색 결과 한 줄, 캠페인 하나, 보도자료 한 건으로 끝나지 않는다. 남겨진 설명이 어떻게 읽히고, 어떻게 사용되는지까지 책임져야 한다.

기술은 계속 바뀔 것이다. 검색은 또 다른 형태로 진화할 것이고, AI 역시 지금과 다른 방식으로 작동할 것이다. 하지만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명확히 말하고, 일관되게 설명하며, 시간이 지나도 책임질 수 있는 언어를 남기는 것. AI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그리고 오히려 더 중요해진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