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콘텐츠를 두고도, 사람과 AI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해한다.
읽는 주체가 바뀌었다
기업 콘텐츠를 만들 때 우리는 여전히 사람을 중심에 둔다. 사람이 제목을 보고, 소제목을 훑고, 중요한 문장을 골라 읽으며, 필요한 경우 앞뒤 맥락을 스스로 보완할 것이라는 가정이다. 검색 엔진 시대에는 이 가정이 크게 틀리지 않았다. 콘텐츠의 역할은 검색 결과에서 클릭을 유도하는 데까지였고, 그 이후의 이해는 전적으로 사람의 몫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콘텐츠를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읽는 존재가 사람이 아니라 AI가 되었기 때문이다.
정보 소비의 순서가 달라졌다
과거의 정보 소비는 사람이 검색을 하고, 링크를 클릭해 여러 페이지를 읽은 뒤 판단하는 구조였다. 지금은 사람이 질문을 던지고, AI가 여러 출처를 먼저 읽고 이해한 뒤 하나의 답변을 만들어낸다. 사람은 그 결과를 소비하고, 필요할 때만 원문을 확인한다. 이 변화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콘텐츠의 ‘독자’가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이제 콘텐츠는 사람에게 도달하기 전에, AI를 먼저 통과해야 한다.
사람은 흐름을 읽고, AI는 구조를 읽는다
사람과 AI의 읽기 방식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사람은 시각적 단서와 흐름을 중심으로 읽는다. 제목, 강조 표현, 문단 간 여백을 통해 중요도를 판단하고, 맥락이 부족하면 경험과 상식으로 보완한다. 그래서 사람에게 좋은 글은 읽기 편하고, 말맛이 있으며, 감정적으로 납득되는 글이다. 반면 AI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문장을 동등하게 읽고, 감정이나 표현의 리듬에는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 대신 문장과 문장 사이의 관계, 개념이 어떻게 정의되고 확장되는지, 이전 설명과 충돌하지 않는지를 본다. AI에게 중요한 것은 느낌이 아니라 구조다.
같은 글, 다른 평가가 만들어진다
이 차이 때문에 같은 콘텐츠라도 사람과 AI의 평가는 완전히 갈린다. 사람에게는 잘 쓴 글처럼 보이는 콘텐츠가 AI에게는 참고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개념 정의가 없고, 왜 중요한지 설명되지 않으며, 결과만 나열된 글은 사람에게는 대략 이해되지만 AI에게는 이해되지 않는다. 사람은 부족한 설명을 머릿속에서 메우지만, AI는 그렇지 않다. 설명이 없으면 없다고 판단한다.
AI가 이해했다고 판단하는 기준
AI가 콘텐츠를 읽고 ‘이해했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비교적 명확하다. 핵심 개념이 정의되어 있는지, 그 개념이 왜 등장했는지 맥락이 설명되는지, 이전 설명들과 관점이 일관되는지, 그리고 하나의 질문에 대해 이 글만으로도 완결된 답변이 가능한지다. 이 조건이 충족될 때 AI는 해당 콘텐츠를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하나의 지식 단위로 인식한다. 그 순간부터 콘텐츠는 검색 결과의 후보가 아니라 답변의 재료가 된다.
요약할 수 없는 글은 인용되지 않는다
이 관점에서 보면 AI는 요약할 수 없는 글을 싫어한다고 말할 수 있다. 선언은 많지만 설명이 없고, 결과는 있지만 이유가 없는 콘텐츠는 무엇인지, 왜인지, 어떻게인지를 분리할 수 없기 때문에 요약이 불가능하다. 요약할 수 없는 글은 인용될 수도 없다. AI는 사용하기 어려운 콘텐츠를 굳이 선택하지 않는다.
클릭의 시대에서 인용의 시대로
검색 시대의 콘텐츠가 클릭되면 성공이었다면, AI 시대의 콘텐츠는 답변에 사용되면 성공이다. 클릭은 순간적인 성과지만, 인용은 누적되는 자산이다. 한 번 인용된 콘텐츠는 이후 유사한 질문에서 다시 호출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지금 콘텐츠 전략에서 던져야 할 질문은 이 글이 읽히는가가 아니라, 이 글이 AI에게 쓰기 쉬운가다.
사람과 AI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글
이 변화는 사람을 위한 글쓰기와 AI를 위한 글쓰기를 대립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정의가 명확하고, 맥락이 정리된 글은 AI에게 이해되기 쉬울 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읽기 쉽다. AEO는 글을 딱딱하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생각을 정리해서 남기는 방식에 가깝다. 그 결과물은 사람에게도 더 명확하게 전달된다.
그래서 뉴스룸이 다시 중요해졌다
이 변화의 한가운데에 뉴스룸이 있다. 뉴스룸은 콘텐츠를 쌓고, 연결하고, 관점을 누적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진 공간이다. 소셜미디어는 빠르지만 흩어지고, 보도자료는 정확하지만 얕다. 반면 뉴스룸은 설명을 축적하기에 가장 적합하다. 실제로 AI가 참고하는 기업들을 보면, 대부분 뉴스룸을 중심으로 사고의 흔적을 남겨온 곳들이다.
이제 질문은 이것이다
이제 기업 콘텐츠의 질문은 분명해진다. 우리는 무엇을 말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남겼는가. 얼마나 노출되었는가가 아니라, 다시 불릴 수 있는가. 검색 이후의 정보 소비에서 콘텐츠는 더 이상 보여주기 위한 결과물이 아니다. 사용되기 위한 자산이다. 그리고 AI는 가장 사용하기 쉬운 콘텐츠부터 선택한다.